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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와공부

IB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다른 시험제도를 생각하다 KB

by DDD&Design 2025.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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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변화하는 대입 제도와 출판의 지형도에 수록된 글 전문입니다. 

 

IB와 KB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교육 프로그램 및 대입 시험으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래의 글에서는

현재 한국 교육은 정답 맞히기와 암기 위주의 평가 방식에 치중하여 학생들의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를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IB 교육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IB 교육은 논·서술형 평가와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관련글 전문

아래의 전문이 문제가 되는 경우 삭제하겠습니다.


다른 시험, 다른 교육을 상상하다 : IB를 중심으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eduinno.org@gmail.com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는 1968년 스위스 에서 UN 주재원 자녀들이 본국의 대입 시험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자 세계 어느 나라 대입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개발된 국제 공인 대입 시험 및 교육 프로그램이다. 국적이 없어서 태생적으로 어느 한 국가의 이데올로기나 가치만을 주입할 수 없고, 각 국가 및 지역의 로컬 특성을 매우 중시한다.

IB는 수능과 내신 모두 전 과목 논·서술형이고 프로젝트 기반의 정성 평가임에도 채점의 공정성을 전 세계 수천 개의 명문대에서 인정받아 현 재 160여 개국에 확산되어 있다.


국내외 IB 도입 추세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시대적 역량 교육을 위해 IB를 한국어화해서 국내 공교육에 시범 도입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최초로 공론화장에 끌어 들인 것은 필자의 저서 '대한민국의 시험(다산4.0)이다.
「대한민국의 시험」 출간 이후 시·도 교육청들에서 이 아이디어를 검토 하기 시작했고, 2019년 7월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이 IBO(IB Organiza- lion)와 한국어화 협약각서를 체결하면서 IB의 공교육 도입이 공식적으로 막을 열었다. 이후 교사가 연수를 받고 수업이 변화되는 약 2년간의 기간 을 거쳐 2021년부터 IB 인증학교들이 탄생하기 시작했고, 2022년부터 대 화에 IB 교원양성 프로그램이 개설되기 시작했으며, 2023년 11월에 첫 한 국어 IB 외부시험을 치렀다.

IB 학교는 비영리 국제교육기구 IBO의 인증 절차를 통해 관심학교, 후 보학교, 인증학교의 단계를 거치는데, 2024년 9월 기준 전국의 열한 개
시·도 교육청에서 IB 준비학교 이상이 472개교, 관심학교 이상이 371개 교, 수업이 실질적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IB 후보학교 이상이 95개교다 (2024년 10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집계 기준). 올해 한국IB교육학회도 생겨서 학술대회도 정기 개최되고 있고, 대학 총장 대상 '대한민국 미래교육 서 밋 행사도 시도교육감협의회와 IBO가 공동 주최할 예정이다. IB는 명실 공히 국내 공교육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뭘 알고 있는지'보다 알고 있는 지식으로 뭘 할 수 있는지'를 중시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우리 수능과 내신은 '뭘 할 수 있 는지'보다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주로 평가한다. 학생 각자의 비판적이 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고려하지 않고, 주어진 정답 맞히기 속도전에 세워 전력 질주시키고 있다.

이런 평가 패러다임에서는 상위권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교육이 바뀌려면 무엇에 고득점을 줄지, 무엇을 학력으로 볼지에 대한 개 념이 달라져야 한다. IB가 화두가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학력으로 볼 것 인지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IB를 공립학교에 도입하면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을 깨 울 수 있다. IB는 교과서의 정답과 교사의 생각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 고 개별 학생의 관점과 시대가 요구하는 여러 역량을 정교하게 길러줄 수 있는 평가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 때문에 IB의 적용은 하나의 거대한 피 라미드에 모든 학생을 전력 질주시키는 프레임이 아니라 학생 각자가 자 신만의 피라미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러한 변화의 축적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IB의 공교육 도입이 수능과 내신의 평가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나아가 국가 전체 교육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한다.

IB 도입의 장기적 목적은, 시범 도입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 정성평가 를 채점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신뢰도 높은 인력풀을 우리 교사들로 양성하여 궁극적으로 수능과 내신의 평가 혁신을 이루는 가칭 KB(한국 형 바칼로레아) 체제를 개발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단기 과 제가 아니다. 방향을 명확히 설정한 후 10년 이상의 장기 로드맵을 계획 하여 각 단계별 예상 변화를 교육 구성원들에게 상세히 공유하면 패러다 인 변화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IB와 기존 국내 공교육의 시험 방식 차이
시험 형태를 단순히 논술 유형으로 바꾼다고 해서 4차 산업혁명을 비할 평가 혁신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논술도 있기 때 문이다. 실제 IB 시험을 치러본 학생들은 한국의 논술과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논술은 출제자의 의도와 채점자의 기대를 예측해서 써 야만 하는 사실상 정답이 정해져 있는 또 하나의 객관식일 뿐이다. 하지 만 IB는 아래 세 개의 질문과 같이 정답 맞추기가 아니라 학생들 각자의 생각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했는지를 측정한다.

국어 영역: 문학작품은 허구임에도 진실을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수업 중에 공부했던 작품 중 두 작품을 참고하여 논하시오.
영어 영역: 친구가 낮은 성적에 상심해 밤낮없이 공부하다가 병이 날까 걱정이다. 친구에게 걱정하는 이유와 함께 지혜롭게 대처하도록 제안하는 이메일을 쓰시오(영작).
역사 영역 : 동학혁명이 일본의 조선 병합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주장 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가?

IB는 전 세계에서 시험을 치른 답안지가 모두 영국 카디프에 있는 채점 센터로 수합되고 스캔되어 채점관에게 온라인으로 배포된다. 한 채점관 에게 보통 100개~200개의 답안지가 할당되며, 열 개씩 한 세트로 배정되 는데 그중에 몇 개씩 이미 채점된 답안지인 시드 답안지(seed script)가 무 작위로 섞여 있어서 채점의 신뢰도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 시드 답 안지 채점에서 문제가 감지되면 열 개 답안 세트 전체를 다른 채점관이 채점하고, 상위 채점관은 채점의 문제를 분석하여 해당 채점관이 훈련이 더 필요한지 혹은 채점을 중단해야 하는지 조사하여 조치한다.
블라인드 교차채점에서 이상이 감지되어도 상위 채점관이 재채점을 한다. 즉, 시드 답안지를 사용해 채점의 일관성을 도모하고, 교차채점을 통해 채점자 간 차이를 보정하며, 블라인드 채점은 채점의 공정성을 확보 한다. 이와 같은 식으로 하면 논·서술형 수능에서도 채점의 신뢰성과 일 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수능은 암기력을 측정해서가 아니라 정해진 정답 맞히기만 고득점으로 보상해 주면서 '내 생각' '내 논리'를 기를 기회를 잃게 해서 문제다. 미래형 수능이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논술 문항으로 타당성 을 확보하고 교차채점 시스템으로 평가의 신뢰성을 구축하면 충분히 공 정한 평가를 구현할 수 있다. 타당성과 신뢰성이 동시에 확보돼야 공정이 구현된다. IB는 전 세계 명문대에서 수십 년간 평가의 공신력을 얻어왔다. 수능 같은 외부 평가뿐 아니라 내신 같은 내부 평가의 방식도 매우 다 르다. IB 학생들은 고교 내내 반복적인 문제풀이식 공부는 하지 않는 대 신, 교과에서 배운 개념이나 이론을 실생활에서 자신의 관심사와 연계하 여 탐구보고서를 쓴다. 예컨대 제주의 IB 학교에서는 부친이 농업에 종사 하는 한 학생이 농부들이 보는 잡지 표지에서 방제용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사진을 보고, 그 학기 수학 시간에 배운 이차방정식과 이차함수 를 활용하여 방제용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할 때 어느 정도의 높이가 가 장 적정할지 탐구하는 보고서를 기말과제로 작성하였다. 인공지능 시대 에 '수포자'를 양산하는 문제풀이 교육과 이렇게 실생활에 연계하여 생 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 중 누가 더 경쟁력이 있겠는가?


IB 교육이 바꿔놓을 대입문화와 사교육 시장의 풍경
2024년 대입에서 대구와 제주의 첫 공립 IB 졸업생이 수능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해 개교 이래 역대급 대입 실적을 이뤘다. 일부는 국내 대학에 떨어지자 해외 명문대에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합 격해, '인 서울' 대학이 아니라도 '인 아시아', 더 나아가 '인 더 월드'로 나 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
IB는 사교육 근절책으로 등장한 교육과정은 아니다. 그러나 IB 유형의 교육이 전국적으로 보편화되면, 사교육의 지형 변화는 불가피하다. IB는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왔지만 문제집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다. IB는 우리 시험처럼 다양한 유형 문제집을 많이 풀어야 고득점을 받 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기출문제 하나라도 시간을 들여 수준 높은 답안을 완성해 내는 연습이 필요한 구조다. 그리고 시험을 볼 때 여러 문 제 중 택일하게 되어 있고, 그런 시험문제가 수십 년간 누적되어 있기 문에 전 세계 누구도 기출문제를 다 풀고 시험을 볼 수 없다.

반면 우리 시험은 교과 개념을 안다고 풀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수많 은 유형 문제집을 풀어야만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문제집 시장이 출판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이 과열된 시장에 국가 가 '수능의 EBS 문제집 연계 출제'라는 명분으로 불을 붙여왔다. 대한민 국은 전 세계에서 국가가 문제집 시장을 주도하는 유일한 나라다.
물론 IB 체제하에서도 사교육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 에서 사교육의 문제점은 최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사교육을 더 하고, 그 것이 실제로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교육비를 많이 쓸수 록 성적이 높다는 통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미 잘하는데도 더 잘하기 위해서, 실수를 더 줄이기 위해서, 무한 소모적인 경쟁을 한다는 뜻이다. IB는 그런 노력이 성적에 직결되지 않는 평가 구조를 갖추고 있다. 성적 이 낮은 과목의 학습 결손을 보완하는 경우는 있어도 충분히 잘하고 있 는 과목을 더 잘하기 위해서 학원에 다니는 것은 효과가 없다. IB를 도입 하면 학교마다 교육 과정, 진도, 시험 방식이 획일화되지 않고 달라지게 된다. 가령 임진왜란이라는 똑같은 주제를 1반~3반 교사는 난중일기 로, 4반~6반 교사는 『징비록』으로, 7반~9반 교사는 「조선왕조실록」으 로 가르칠 수 있다. 교재가 다르니 시험 문제가 같더라도 인용하는 내용 이 학생마다 달라질 수 있다.
그러면 사교육계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A 중학교 내신반' 'B 고등학교 내신반' 같은 사교육이 활성화되기 어렵 다. 또한 한 문제를 가지고 몇 주씩 심층 사고와 퇴고를 거듭하는 사고 력 훈련을 하게 되면 문제집을 수십 권씩 풀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유형의 교육이 보편화된다면 학습지 시장부터 고사할 것이다. 문제 풀이에 집중하던 학원도 설 곳을 잃게 된다. 책 읽고 토론하고 생각을 꺼 내는 쪽으로 사교육이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단기 집중 족집게 고액 과외 혹은 '기말고사 대비 2주 집중 속성반' 같은 것이 효과를 얻기 어렵다. 학 생의 개별 과제를 학원에서 도와주기도 쉽지 않다. IB는 내신 평가 항목 에 '자신이 직접 한 정도'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평가 기준이 있기 때문이 다. 중간의 진행 과정을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처음과 중간 과정과 달 리 최종 산출물이 너무 좋으면 외부 도움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감점 되고, 과제를 외부에서 해온 흔적이 확인되면 최하 점수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이미 IB 학원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고 IB가 공교육에 도입되면 사교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그 런데 지금의 IB 학원들은 모두 영어로 하는 수업과 시험에 대비하는 영 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교육청들에서 추 진하고 있는 IB는 한국어화를 전제로 한다. IB 본부에서 운영하는 체계 적인 정식 교원 연수도 현직 교원들에게만 제공된다. 앞으로 책 읽고 토 론하는 수업을 하는 학원들이 모두 'IB 대비반'이라고 광고할 수 있겠으 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 장기적으로 IB 유형의 수업에 도움이 될 수 있어도 단기 집중 족집게 코스 같은 역할은 할 수 없다.



교육의 양극화를 줄이는 방법
사교육은 학계에서 영어로 'private education'이 아니라 'shadow education'으로 지칭된다. 그림자는 본체의 모습을 따라간다. 공교육이 문제풀이를 많이 할수록 고득점을 받는 평가 체제라면 사교육은 더더욱 문제풀이를 많이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평가 기준이 라면 학원에서도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연습을 하지 않겠는가?
2019년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네 시간씩 총 3회의 토론회를 거치고 자체적으로 IB에 대한 심층 분석을 시행한 결과, IB를 시범 도입 하거나 우리나라 교육 전체를 IB와 같은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을 상 정한 KB로 간다고 해도 사교육이 지금보다 더 폭발할 것 같지 않다고 했 다. 다만 IB가 자사고나 특목고 등 특정 고등학교 위주로 도입되면 그고 등학교 입학을 위한 고입 사교육이 폭발할 위험이 있으므로 국가가 최대 한 빨리 KB 체제 구축에 착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떠한 교육 제도든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유리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우수한 교육을 공교육에 넣어야 한다. 양극화를 줄 이는 최선의 방법은 제도적으로 무언가를 자꾸만 못하게 하는 것이 아 니다. 그러면 중상위권은 못 하게 만들 수 있지만 최상위권은 오히려 더 하게 만들어서 양극화를 극대화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정 경제의 차 이를 줄이기 어렵다면, '교육'에 최상의 프로그램을 넣어서 공교육에서 할 일을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에서 하도록 만드는 게 양극화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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